산골 오지마을에 열린 무료 아동돌봄센터
보경(8세,여)이는 학교수업을 마치자마자 새봄아동돌봄센터로 달려간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보경이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혼자서 빈 집을 지켜야 했다. 읍내 생선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돌아오는 시간은 저녁 7시. 서너 시간 동안 무서움을 참으며 할머니를 기다렸던 것이다.
두돌 무렵부터 보경이를 키운 할머니는 새봄아동돌봄센터 덕분에 큰 시름 하나를 덜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다닐 땐 여섯시까지는 애를 봐주었는데 초등학교 보내면서 막막해졌어요. 여자 아이라 걱정이 더 컸는데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보경이처럼 보육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 공간이 산골 마을에 문을 열었다. 지난 5월 초부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한국여성재단 지원으로 새봄아동돌봄센터(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가 보육서비스를 시작했다.
춘양면과 인근 지역은 임야가 전체 면적의 90%에 이르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농업 수입만으로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워 막노동과 농업노동에 의존하는 가구가 많다. 특히 지역 내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어 학령기 자녀가 있는 가정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봄아동돌봄센터는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장애부모 가정, 저소득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무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세부터 10세까지 아동 40여명에게 다섯 명의 교사가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부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새봄아동돌봄센터는 먹고 씻고 편안히 쉴 수 있게 하는 기초적 돌봄은 물론 요일별로 NIE 교실, 사진 교실, 한지 공예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5월과 10월에는 농번기 집중 돌봄 서비스를 실시한다. 새봄아동돌봄센터는 불과 보름만에 아이들이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 아지트가 되었다. 아이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너도나도 다니고 싶어 기웃 거리는 아이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새봄아동돌봄센터 자문위원 춘양초등학교 함영국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마련된 새로운 공간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10년 넘게 춘양면과 인근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방치되는 아이들을 수없이 보아왔어요. 이 아이들이 갈 곳이 생기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소득 수준은 물론 교육, 문화, 교통 등 모든 여건에서 총체적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산골 마을. 절실했던 만큼 이러한 보육서비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모니 장수행 공동대표는 “사회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새봄에 오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물론 산골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돌봄망을 구축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새봄아동돌봄센터 개관식은 6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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